“현대작가 33인의 우리 문화 찬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간송 전형필 선생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33명의 젊은 작가들이 간송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10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올드 앤드 뉴 – 법고창신(OLD & NEW – 法古創新) : 현대작가, 간송을 기리다’전을 연다고 9일 밝혔다.
재단이 처음으로 현대미술작가와 협업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이세현, 최현준, 유승호, 신이철, 정진원, 이하린, 김기라, 김형규, 윤기원 등 젊은 작가 33인이 참여해 간송의 업적을 설치·회화·영상 작품으로 표현한다.
공식 개막 전 둘러본 전시실에는 간송이 수집한 전통 문화재를 현대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넘쳐났다.
신이철 작가의 청화백자 용문 항아리는 멀리서 보면 마치 용 그림이 그려진 조선시대 백자 같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용의 형상이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된다. 목부분에 나사못 자국이 뚜렷한 발톱 3개짜리 로봇 용이어서다.
윤기원 작가는 간송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모습을 화려한 색과 단순한 선으로 담았다. 팝아트 작품이지만 간송의 앙다문 입술에선 문화를 수호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는 겸재가 박연폭포를 그린 그림인 ‘박생연’을 영상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겸재의 풍경화와 달리 이 작품에선 폭포가 장엄하게 흘러내린다.
사진작가 정희승이 간송미술관 건물인 보화각 내부를 포착한 사진은 회화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유의 고미술품 두 점도 함께 전시된다. 겸재의 전성기인 40~70대에 그린 ‘풍악내산총람’과 ‘통천문암’이다. 특히 강원도 통천군의 마주보고 선 바윗돌을 그린 ‘통천문암’은 겸재가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그린 것으로, 오늘날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화가로 손꼽는 겸재 작품의 정수라 할 수 있다고 재단 측은 소개했다.
간송의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할아버지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어떤 행사를 할까 고민하던 중 일제 강점기 문화로 나라의 정신을 지키려한 할아버지의 신념이 현 시대에 맞는 형태로 유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젊은 작가들과의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진명 수석 큐레이터는 “100여명의 후보 작가 중 우리만의 형식과 시대 의미를 작업의 주제정신으로 생각하는 작가를 우선 선별했다”며 “33인의 현대작가가 기리는 우리 고유문화에 대한 찬가가 현대미술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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