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畵家)의 가슴 속에 만 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붓 끝은 능히 만물(萬物)의 초상화를 그려내 준다.” 단원 김홍도와 함께 조선 후기를 풍미한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 그는 아리따운 여인의 초상화를 비단 위에 그린 뒤 이런 글귀를 써놓는다. 그림 속 인물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탐스러운 얹은 머리에 짧은 저고리,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열두 폭 치마를 두른 여인의 자태가 곱고도 요염하다. 조선시대 여체의 관능미를 유감없이 보여준 그림이 이 말고 또 있었던가.
그림 속 실제 인물은 누구일까. 아마도 풍류세계에 몸담고 있었던 기생(妓生)이었을 것이라는 설이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다. 당시 사회제도상 여염집 규수는 외간 남자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일 개막하는 ‘간송문화전’ 6부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전에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나온다. 조선시대의 모나리자라는 별칭이 있는 만큼 대중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안견의 제자 석경부터 춘곡 고희동(高羲東, 1886~1965년)에 이르는 조선 500년 역사 속에 펼쳐진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 80여 점이 나온다. 김홍도의 ‘마상청앵’, 김득신의 ‘야묘도추’, 신윤복의 ‘단오풍정’ 등 풍속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명작들이 대거 출품돼 조선후기 풍속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풍속인물화들을 ‘일상’ ‘꿈’ ‘풍류’ 등 세 가지 주제로 분류한다. 8월 28일까지. (070)7774-2523
[이향휘 기자]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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