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과 한글을 세계에 알려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인 홍보 전문가에게 간송문화전의 브랜드는 무엇이며 어떻게 널리 알릴 수 있는가에 대한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조선 사군자는 가장 우리적인 선비문화
간송미술문화재단 전인건 사무국장의 해설을 들으며 전시 작품을 꼼꼼히 살펴 본 서경덕 교수는 “조선시대 매난국죽(梅蘭菊竹)의 사군자(四君子)는 중국, 일본과 다른 가장 우리적인 정서와 미감(美感)이 담긴 선비문화”라고 명료하게 소감을 간추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정세가 어지러울 때인데도 선비들이 중국과 일본과 다른 조선만의 특징을 살려낸 점이 뛰어나다고 봅니다. 그림이지만 매란국죽으로 선비의 기개를 드러냈고, 국민 사기 진작 등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을 사군자에 빗대서 표현한 나라사랑 정신도 높이 살만해요.”
서 교수는 주저 없이 4점을 꼭 봐야할 추천작으로 꼽았다. 첫째가 탄은 이정(李霆)의 [풍죽(風竹): 바람 맞은 대], 둘째가 단원 김홍도의 [백매(白梅)], 셋째가 이정의 《삼청첩(三淸帖)》, 넷째가 추사 김정희의 [국향군자(國香君子): 국향이고 군자이다]로 난초 그림이 둘, 대나무 그림이 하나, 매화 그림이 하나이다.
탄은 이정의 [풍죽]과 《삼청첩》은 선비 정신과 예술성 겸비
이정의 [풍죽]은 5만원권 지폐에 실렸을 만큼 명화로 꼽힌다. 다른 그림들과 달리 차동훈 미디어 작가의 영상 작품 [풍죽예찬]과 조화를 이뤄 단독 전시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마치 대나무 숲에서 바람을 맞은 대나무를 보는 느낌이 드네요. 바람에 스치는 댓잎 소리가 들릴 만큼 옛 그림과 비디오 영상이 콜라보레이션(합작)을 잘 이루어냈네요. 댓잎은 바람을 타지만 대의 가지는 바람을 버티고 있어 더 인상적인데, 여기에 대숲의 동영상 이미지가 더해지니 고전의 운치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감흥을 확대시켰다는 느낌이 들어요.”
“삼청첩을 가리켜 ‘칼을 이겨낸 붓’이라고 예찬한 최립(崔笠)의 글이 감동적이네요. ‘부러질 뻔한 그대 팔뚝을 조물주가 지켜준 덕에 남은 일생 내 눈이 흐리지 않게 되었다’는 문장은 삼청첩의 진가를 더욱 돋보이게 해줍니다. 비단에 금으로 대와 난을 치면서 군자의 기상을 통해 임진왜란으로 지친 백성의 사기를 북돋우려 했다니 조선시대 선비들의 숭고한 정신이 전해집니다. 대나무의 죽순과 뿌리까지 사실적으로 그려낸 예술성도 뛰어나고요.”
단원의 매화와 추사의 난은 당대의 걸작
단원 김홍도는 풍속화로 유명하지만 산수화나 인물화도 잘 그렸다. 대나무와 매화 같은 사군자에도 관심이 많아 여러 점을 남겼다. 이번 4부에 선보인 [백매(白梅)]는 단원의 사군자 중에서 대표작으로 꼽히는 매화 그림이다. 굵은 묵선으로 나뭇등걸과 가지를 그리고 그 위에 흰 매화송이를 소담하게 배열하여 시적인 정취를 풍기고 있다.
“문인화의 특징은 묵희(墨戱)가 아닐까요. 선비들이 먹을 가지고 노는 것이지요. 그래서 문향(文香)과 묵향(墨香)이 묻어난다고 하는데 단원의 [백매]는 여기에 시정(詩情)과 흥취를 더해 더 멋들어지다고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붓 끝에 담아낸 자유분방한 화풍에 관람객들이 끌리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해설하던 전인건 국장이 매화음(梅花飮)의 유래를 들려주었다. 정조의 신임을 얻어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자리 잡은 단원은 정조가 승하하자 살림이 궁핍해졌다. 하루는 그림값으로 3천 냥을 받았는데 마음에 꼭 드는 매화나무를 2천 냥 주고 사고 8백 냥으로 술 여러 말을 사다가 친구들을 불러 매화를 감상하며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다.
“단원을 화선(畵仙)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림 그리는 일을 밥벌이가 아니라 놀이로 했다는 것이지요. 빼어난 자태의 매화를 혼자 보지 않고 여럿이 함께 감상하는 넉넉함에서 화선 다운 고결한 인품을 엿볼 수 있고요.”
서 교수의 눈길이 추사 김정희의 난초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이번 사군자전에는 추사의 [적설만산: 쌓인 눈 산 덮다]와 [세외선향: 세상 밖의 신선 향기], [염화취실: 꽃이 져서 열매 맺다], [국향군자: 국향이고 군자이다] 등 난 그림 4점이 나와 있다. 그는 이중 [국향군자]를 추천작으로 꼽았다.
“추사의 난은 최고의 경지라고 봐요. [국향군자]는 비전문가가 보아도 구도가 절묘합니다. 화폭 가운데에 난을 배치해 잎사귀 두 개가 대각선으로 뻗어있고 추사체로 ‘이는 국향이고 군자이다’라는 한시(漢詩)를 적어놓았는데 서체나 배치가 기가 막히네요. 여백의 미를 살리면서도 대담한 발상의 화면 구성으로 꽃이 만개한 난초의 자태를 멋들어지게 드러내 보여 마치 난향을 토해내는 것 같아요.”
전공이 조경과 환경생태공학인 서 교수는 추사 김정희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에 서예를 시작해 6년 동안 배웠어요. 벼루에 먹을 갈아 난도 쳐보고 대나무도 그려 보았는데 추사의 경지가 얼마나 고고한지 그때 알았지요. 취미에 그치고 말았지만 서화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간송미술관은 세계에 알려야 할 한국의 대표브랜드
“최근 한 해동안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은 1000만 명을 넘어요. 외국 전문가들은 2000만 명 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봐요. 여행객들은 그 도시의 미술관, 박물관은 필수 코스로 방문합니다. 국보와 보물 등 한국의 귀중한 문화재를 수장한 대표적인 시립 미술관인 ‘간송’은 한국 문화의 대표 브랜드로 내세울 만하지요. 관건은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어떻게 아이템화 하느냐지요. 우선은 2000만 관광시대에 대비해 서울을 중심으로 지역에 분관을 설치하는 것부터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때마침 지난 7월 1일 간송미술문화재단 전인건 사무국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간송미술관 대구분관 건립을 위한 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전 국장은 “아직 협약 단계이지만 간송미술관 대구분관(상설전시관) 건립은 민족문화예술품에 대한 나눔과 소통, 교육을 함께 시도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세계적인 구겐하임미술재단이 1997년 10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Bilbao)에 건립한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은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건축도 유명하지만 현대 미술작품을 보기 위해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어요. 구겐하임재단은 1992년 뉴욕에 구겐하임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소호를 개관했고, 1995년 베네치아에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세웠으며 베를린과 라스베이거스에도 분관을 두고 있어요. 간송미술문화재단도 대구에 이어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나 경주에도 분관 설치를 중장기 계획으로 검토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2 이정의 작품으로 검은 비단에 금색 실로 그려진 [흑견금니] 작품을 살펴보는 서경덕 교수와 전인건 사무국장 Ⓒ전대식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 개발과 팬 마켓 필수
간송문화 네 번째로 이번에 전시하는 매난국죽은 우리 민족의 혼(魂)인만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서 교수는 강조했다.
“청소년들이 볼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오게 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전시장에 와서 작품만 감상하라고 하면 딱딱하게 느끼지요. 사군자전 같은 경우 학생들이 직접 난을 쳐보게 한다든지 놀고 즐기며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주는 팬 마켓(fan market)이 필요해요. 청소년들이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청소년들이 전통과 현대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지요.”
서경덕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한국어 서비스 유치에 힘써왔고, 최근에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그라운드 제로 추모풀 등에도 한국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간송문화전도 외국인 관람객들을 위해 태블릿 PC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의 다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 3000만 명 시대에 대비해 간송미술관도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외국인들을 매료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봐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브랜드를 기획하고 홍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미디어 활동도 함께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전시정보
- 전시 : 매,난,국,죽_선비의 향기 展
- 기간 : 2015. 06. 04(목) ~ 2015. 10. 11(일)
- 장소 : 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 지도보기
- 공식홈페이지 : www.kans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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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중헌 |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사진 제공 : 간송미술관, 사진작가 전대식
발행 : 2015.07.28
출처 : 네이버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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