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자신의 재산을 모두 팔아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유물을 수집해 세운 박물관이다. 지난해 봄 간송미술관 문화재들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2층 디자인박물관으로 나들이를 나와 지금까지 1~4부 전시를 통해 수많은 관람객들과 만났다. 특히 1, 2부 전시의 경우 25만명이라는 관람객들이 찾았을 만큼 인기를 모았다. 간송의 손자이자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인건 사무국장을 만나 간송미술관 DDP 전시의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간송문화전 4부 :매,난,국,죽-선비의 향기전
간송미술문화재단은 1부:간송 전형필, 2부:보화각, 3부:진경산수화에 이어 지난 4일부터 4부:매,난,국,죽-선비의 향기(8월 30일까지)전을 열고 있다. 이 전시는 세종대왕의 고손인 탄은(灘隱) 이정(1554~1626)의 ‘삼청첩’(三淸帖)이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삼청첩’은 탄은이 대나무, 매화, 난을 자작시와 함께 엮은 시화첩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침탈 등으로 손상된 부분을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완벽히 복원처리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전인건 사무국장은 “이번 4부 전시는 조선중기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탄은 이정의 ‘삼청첩’이 복원돼 공개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 탄은의 묵죽화 중 백미인 ‘풍죽’과 ‘풍죽’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의 미디어작가 차동엽의 미디어영상 ‘풍죽예찬’이 어우러진 전시공간을 통해 옛 문인과 현대작가의 만남을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조선후기 난(蘭) 그림의 대가 추사 김정희의 난과 그에게 난을 배운 흥선대원군 석파 이하응, 추사에게 깊은 영향을 받은 운미 민영익의 난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의 연구와 보전에 힘을 기울이느라 대중과 소통에 폐쇄적이라는 말을 들어온 간송미술관은 지난해 초부터 DDP 나들이를 통해 수많은 시민들을 만나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전 사무국장은 “간송미술관이 DDP로 나온 것은 보다 많은 분들에게 우리 미술을 더 많이 알려드리고 폭넓게 교류하기 위해서였다. 1, 2부 전시는 25만명이 다녀갔으니 대중과 호흡하겠다는 1차적 목표는 달성해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간송미술관은 40여년동안 문화재의 보존과 연구를 중심으로 움직였기에 대중 전시 경험은 적었다. 이렇게 DDP로 나와 관객들을 만나면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조선 중기에 문화가 융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건강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고도성장기를 지나면서 서양중심의 사고가 주입돼 안타깝다. 최근 다시 우리 것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 그 분들께 우리 미술을 더 잘 감상하고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국민에 보급해 자부심 일깨울터
간송미술관의 DDP 전시는 오는 2017년까지 예정돼있다. DDP와 계약이 끝난 후에도 대중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찾아 계속 만날 생각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우리 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대중에게 전시를 통해 알리고 또 간송의 삶과 정신을 알리는 세가지 사업이 주목적”이라는 전 사무국장은 이후에도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 전시를 지속할 것을 다짐했다.
올해 또 하나 중요한 사업을 펼친다. 간송이 피난길에도 품에 지니고 다니며 어렵게 지켜낸 훈민정음 해례본을 대중에게 보급하는 일이다. 전 사무국장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교보문고와 함께 복간해 일반에 보급하는 사업을 기획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 민족의 창의성과 애민정신을 보여주는 귀중한 책이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해설 등을 담아 국내 학교와 해외 교포 등에 보급해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고취할 수 있게 하려 한다. 간송께서 어렵게 훈민정음 해례본을 수집, 보관하신 이유가 그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전 사무국장의 아버지는 전성우(82)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다. 또 숙부는 전영우(76) 간송미술관장이다. 두 사람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자신은 실무를 맡아 일을 할 뿐이라는 전 사무국장은 “밖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실천을 중시하는 간송의 뜻을 묵묵히 실천해 가고 있다. 아버님도 숙부님도 평생 그 일에 매달리셨다. 어려운 일이기에 늘 어깨가 무겁지만 중요한 일이기에 힘이 닿는데 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전시를 본 뒤 간송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여고생의 편지를 받은 순간이 보람 있었다는 그는 “우리 문화에 대해 알리고 자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있다. 앞으로 현재 간송미술관 인근에 상설전시관을 신축해 더 많은 분들이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행정적인 뒷받침과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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