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야밀회

月夜密會

신윤복(申潤福)
지본채색
28.2×35.6cm
장안의 인적이 끊어지고 보름달만 휘영청 밝게 비치는 야밤중에 골목길 후미진 담 그늘 아래에서 남녀가 어우러져 깊은 정을 나누고 있다. 남자의 차림새가 전립(氈笠)을 쓰고 전복(戰服)에 남전대(藍纏帶)를 매었으며 지휘봉 비슷한 방망이를 들었으니 어느 영문(營門)의 장교(將校)임이 분명한데, 이렇듯 노상에서 체면 없이 여인에게 허겁지겁하는 것은 필시 잠깐 밖에는 만나 볼 수 없는 사이인 때문일 것이다.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버린 옛 정인(情人)을 연연(戀戀)히 못 잊어 줄이 닿을 만한 여인에게 구구히 사정하여 겨우 불러내는데 성공한 모양이지만, 여기서 이렇게 다시 헤어져야만 하는 듯하다. 이쪽 담모퉁이에 비켜서서 동정 어린 눈길로 이들을 지켜보는 여인은 사람의 기척에 무척 신경 쓰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는 듯하니, 바로 이 연인이 이 밀회를 성사시킨 장본인인 것 같다.

차림새가 여염의 여인은 아닌 듯하여 이 장교를 만나고 있는 여자의 전력도 대강 짐작이 간다. 하기야 조선왕조 시대의 화류계를 주름잡았던 사람들이 대개 각 영문(營門)의 군교(軍校)나 무예청 별감(武藝廳別監) 같은 하급무관(下級武官)들로서 이들이 기생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을 상기할 때 군교 차림과의 이러한 애틋한 밀회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error: Alert: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