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야삼청

月夜三淸: 달밤의 세 가지 맑음

허목(許穆, 1595~1682)
지본수묵
32.5×42.2cm
미수(眉叟) 허목은 조선중기와 후기에 걸쳐 활동한 대표적인 성리학자이다. 그는 정심한 학문 못지않게 서화에도 깊은 조예를 갖추고 있었으니, 그의 문집에 실린 많은 서화 감평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론이나 감평 뿐만 아니라 실기(實技)에서도 전문화가 못지않은 솜씨를 가지고 있었던 듯, 현전하는 몇몇 묵죽화들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월야삼청>은 송(松) ・ 죽(竹) ・ 매(梅)를 절지화(折枝畵)형식으로 조화시켜 놓은 작품으로 화면 우측 상단에 큰 소나무 둥치를 포치하고 그 앞뒤로 매화와 대를 첨가했다. 송죽매는 예로부터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리며 문인들의 기상과 절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소나무는 이파리 하나 달리지 않았지만, 우람한 둥치와 거친 옹이에서 백년 풍상(風霜)을 감지할 수 있다. 매화 역시 고목에서 돋아난 새 가지에서 듬성듬성 꽃을 피워냈고, 댓잎은 설한풍을 몇 번이나 겪었는지 억셀대로 억세져 있다. 풍상고초를 겪으면서도 의연하게 본분을 지켜가는 선비의 고고한 자태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둥근 보름달은 그 늠름한 삼청의 기상을 은밀하게 세상에 알리려는 듯 휘영청 밝게 떠 비춰주고 있다. 달빛을 받아 삼청의 암향(暗香)은 더욱 그윽해 지는 듯하다.

묵죽과 묵매의 세부묘사는 이정, 어몽룡의 양식과 친연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달과 매화의 조합과 구성은 《삼청첩》의 <월매>와 매우 흡사한 형식을 갖추고 있어 주목된다. 다만 다소 형식화된 댓잎과 매화꽃의 묘사, 지나치게 조직화된 화면구성은 무르익은 세련미가 흐르고 있어, 조선후기 사군자 양식의 전조를 감지하게 한다. 명가들의 작품을 두루 섭렵한 해박한 식견과 연륜, 그리고 이를 화면에 옮겨놓을 수 있는 숙련된 기량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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