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죽

風竹, 바람 타는 대

임희지(林熙之, 1765~?)
지본수묵
108.0×53.6cm
수월헌(水月軒) 임희지(林熙之)는 역관(譯官) 출신으로 조선후기의 대표적인 여항화가(閭巷畵家) 중 한명입니다. 난죽을 잘했는데, 조희룡(趙熙龍, 1789~1866)은 임희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대나무는 강세황과 더불어 이름을 나란히 했고 난초는 강세황보다 뛰어났다” 조선후기 최고의 난죽 대가로 명성을 떨쳤던 강세황보다 임희지가 더 낫다는 평가입니다.

여기 묵죽화는 임희지의 화명(畵名)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풍죽〉은 임희지의 개성이 한층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중앙하단에서 시작된 두 줄기의 대는 곧 쓰러질 듯이 누워있고, 잔가지와 댓잎들은 강풍에 흩어져버릴 듯 날리고 있습니다. 이정이나 유덕장의 풍죽이 바람을 견뎌내는 강고함을 강조하고 있다면, 이 〈풍죽〉은 세찬 바람의 기세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 곳곳에서 엿보이는 과장된 묘사에서 바람은 단지 화가의 표현 욕구를 한껏 분출시키기 위한 수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거침없이 화흥(畵興)을 분출시키는 임희지의 작화태도는 분명 조선중기 이정의 묵죽화는 물론이거니와 바로 전대의 강세황의 묵죽화풍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표현주의적인 경향을 보이던 당시 청대묵죽화풍의 영향에서 그 일차적인 원인을 찾아야 할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풍죽〉은 조선후기에서 말기로 이행하는 시기의 묵죽화풍 변화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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