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駱駝

이인문(李寅文, 1745~1824)
지본담채
30.8×41.0cm
정조대 자비대령화원(差備待令畵員)이었던 고송유수관(古松流水館) 이인문이 조선 땅에서 볼 수 없는 서역인과 낙타를 그렸다. 아마도 중국화보를 모방했을 것인데 한 세대 선배화가인 심사정 역시 화보를 보고 인도인과 코끼리를 그린 적이 있었다. 중국화보를 따라 그리는 행위는 외국 풍물에 대한 이해의 한 방편이었다.

사생이 아닐뿐더러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서역인과 낙타를 기운생동하게 그리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동갑인 김홍도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화가답게 낙타의 얼굴은 간략하면서도 생기가 있고 몸털 표현도 자연스럽다. 다만 낙타발톱은 두 개인데 흡사 신을 신은 것처럼 잘못 그렸다. 전통복장을 입은 두 서역인의 얼굴은 비슷하고 수염만 다를 뿐이다. 조선 땅에서 먼 이국 풍속 감상에 좋은 그림이다.

제사는 다음과 같다. ‘큰 사막 아래 서북풍이 나부끼듯 얼굴에 남아있다(大漠下西北風 飄然殘面)’ 제사 앞뒤에 관서와 인장이 없어 화가가 쓴 것으로 잘못 알 수 있지만 같은 화첩 속의 다른 그림에 있는 글씨와 같은 필체인 것을 볼 때 역시 간재(艮齋) 홍의영(洪儀泳, 1750~1815)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인문 그림 화첩인 《한중청상첩(閒中淸賞帖)》에 들어있다. (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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