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웅장추

雌雄將雛: 암수탉이 병아리를 거느리다

변상벽(卞相璧, 1730~1775)
지본채색
30.0×46.0cm
흑갈색 암탉이 병아리 9마리를 거느리고 풀밭에서 모이를 찾고 있다. 어미 닭이 무슨 벌레 한 마리를 잡아 부리에 물고 꾹꾹 거리며 새끼들을 불러 모으는 모양이다. 새끼들이 어미 곁으로 모여들자 공연히 따라나온 수탉이 덩달아 허세로 풀밭을 헤집고 쪼아대며 더 큰 소리로 꾹꾹 대어 가장의 위세를 과시하려 든다. 병아리 한 마리가 그에 속아 돌아서지만 곧 허세인 줄 알고 말똥이 바라보고만 있다.

수탉은 남빛으로 햇빛에 반사될 만큼 짙은 검은 색에 두 가닥 꼬리가 길게 나 있는 조선 고유종인데 맨드라미 꽃송이처럼 탐스러운 주먹 벼슬을 자랑하고 있다. 허세를 부리노라 목털을 부풀리고 날개깃을 벌리니 더욱 위풍이 당당하다. 귀밑의 흰 벼슬은 아래위의 붉은 벼슬과 선명한 대조를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조선 고유종의 표시이다. 이는 암탉에게도 있는 특징이니 어미닭은 물론 수탉 뒤에서 무심히 모이를 쪼고 있는 흰색 암탉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 있다.

화창한 어느 봄날 풀밭에서 노니는 닭의 일가족을 화폭에 담은 그림이다. 화재(和齋) 변상벽은 닭과 고양이 그리고 사람의 초상을 그리는데 그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는 진경시대 대표적 초상화가이다. 영조대왕의 어진(御眞)도 두 차례나 그려서 그 공으로 전라도 곡성(谷城) 현감을 지내기도 했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은 이런 제사를 붙여 놓고 있다.

푸른 수탉과 누런 암탉이 7~8마리 병아리를 거느렸다.
정묘한 솜씨 신묘하니 옛사람도 미치지 못할 바이다.
靑雄黃雌, 將七八雛. 精工神妙, 古人所不及.

후배 화가 마군후(馬君厚, 1750代~?)는 또 다음과 같은 제사를 달필로 왼쪽 상부에 가득 채워 놓았다.

흰털 검은 뼈로 홀로 무리 중에 우뚝하니, 기질은 비록 다르다 하나 5덕(德)이 남아있다.
의가(醫家)에서 방법을 듣고 신묘한 약을 다려야겠는데, 아마 인삼과 백출과 함께 해야
기이한 공훈을 세우겠지.
白毛烏骨獨超群, 氣質雖殊五德存. 聞道醫家修妙藥, 擬同蔘朮策奇勳.

이 한가로운 닭의 일가족을 보고 삼계탕을 생각하며 침 흘리는 글을 보탰으니 장난이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마씨(馬氏)’라는 흰 글씨의 네모진 인장과 ‘인백(仁伯)’이라는 붉은 글씨의 네모진 인장은 이 제사의 주인공이 마군후임을 밝혀 주고 있다. 이 그림은 송은(松隱) 이병직(李秉直)의 구장(舊藏)이었는데, 1937년 3월 28일 경성미술구락부(京城美術俱樂部) 경매에서 간송이 구입해 들인 것이다. (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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