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육아

慈母育兒: 자애로운 어머니가 아이를 기르다

신한평(申漢枰)
지본담채
23.5 × 31.0 cm
신한평은 영조(英祖) 말년에서 순조(純祖) 초년에 걸쳐 활동한 화원화가로서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의 부친이다. 화원화가로서 봉직한 기간이나 당시의 명성에 비해 현전작은 극히 적다. 그런 이유로 그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미한 실정인데, 이 〈자모육아〉는 그의 몇 안되는 현전작 중 유일한 풍속화이다.

세 자녀를 둔 어머니가 어린 막내아들을 품에 안은 채 젖을 물리고 있다. 쪽빛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후덕한 얼굴의 어머니는 젖을 빨고 있는 아들을 한없이 인자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미 품에 안긴 아들은 젖을 문채 한손으로는 또 다른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며 어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 뒤쪽에 너댓 살쯤 되어보이는 또 다른 아들은 이제 막 잠에서 깨었는지, 꾸지람을 들었는지 눈을 비비며 엉거주춤 서 있다. 어미의 관심과 애정을 빼앗긴 서운함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아우가 사뭇 사랑스럽기도 한 모양이다. 그 복잡미묘한 심사가 표정에서 잘 드러나 있다. 어미의 오른쪽에 있는 성숙한 장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복주머니를 매만지며 다소곳이 앉아 있다. 신한평에게 두 아들과 딸이 있었음을 상기할 때, 어쩌면 그의 가족을 그렸음직도 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미의 뒤편에 서있는 큰아들은 신윤복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마치 가족사진을 남기듯 지극히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그림을 그렸다는 점은 일상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후기 풍속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묘법은 섬세하고 탄력적인 필선을 주로 쓴 얼굴 묘사와 직선적인 선묘를 주로 이용하며 간략하게 잡아낸 옷주름선 등에서 단원과 혜원 풍속화풍의 미묘하게 결합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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