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엄상좌귀남서

再送嚴上座歸南序

안평대군 이용(安平大君 李瑢)
지본
27.9×14.3cm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이 33세 때인 1450년 7월 하순에 엄(嚴)상좌라는 노 대선사를 떠나 보내며 쓴 글씨첩이다. ‘다시 엄상좌를 보낸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이미 이전에도 보내는 글을 써 주었던 모양이다. 글 첫 장에서 ‘금년 봄에 들어와 내불당(內佛堂)을 통솔하다가 교체되자 내게 한마디 말을 구한다.’라고 했고, 글 끝머리에는 ‘경태(景泰) 통어 기원 가을 7월 하한(下瀚)에 낭간(琅玕)거사 안평대군 용이 쓴다.’라고 했으므로, 엄상좌는 세종 32년 봄에 내불당 주로 임명돼 왔다가 7월 하순에 교체되어 자신의 본사가 있는 전라도로 내려갔던 모양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그해 정월 22일 세종대왕의 병환이 위급해지자 내불당에 법력이 높은 고승들을 불러 재(齋)를 지내는 등 국왕의 병치료를 위한 행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엄상좌가 행사를 주관하는 고승으로 초빙됐던 모양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이 병환을 이기지 못하고 2월 17일에 돌아갔고, 6월 12일에 경기도 광주의 영릉(英陵)에 장사 지냈다. 그러니 엄상좌는 7월까지 내불당에 있으면서 세종대왕의 추복을 빌다가 전라도 본사로 내려가게 되었던 모양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안평대군의 유려한 문체와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엿볼 수 있다. 송설체의 아리따운 교태를 넘어 단아한 기품을 바탕으로 한 유려하고 우아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송설 조맹부보다 더 송설체를 잘 써서, 조선 초기 최고의 명필로 이름을 날렸던 안평대군의 솜씨를 실체적으로 보여주는 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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