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익청

香遠益淸: 향기는 멀수록 맑다

강세황(姜世晃, 1713~1791)
지본채색
115.5×52.5cm
조선 후기 남종화풍을 주도하던 영정조대 사대부 화가 표암(豹菴) 강세황의 문기 높은 취향이 잘 드러난 연꽃 그림이다. 커다란 화폭에 연꽃 두 포기에서 솟아 오른 꽃 두 송이와 잎 두 장이 간결하게 화면을 구성한다. 연잎의 아랫 부분을 주로 그려 잔뜩 푸른 잎의 출현을 기대하도록 만들고, 꽃 한 송이는 활짝 피게 또 한 송이는 아직 봉오리로 맺어 역시 피어나기를 기다리도록 구성하였다. 꽃잎의 끝자락에만 붉은 기가 감도는 일점홍(一點紅) 백련(白蓮)이다. 속이 비어 통하고 밖은 곧다고 한 연꽃의 찬미와는 달리 운치 있게 구부러져 작가의 심중 구도를 이루는데 알맞도록 갖추어졌다.

까칠한 돌기를 일일이 그려낼 만큼 묘사는 구체적이다. 역시 운치 있게 배경에 배치한 가느다란 수초와 포기 밑부분에 띄운 어린 연잎 너댓개가 분위기를 돋우는 사이 아침 개화(開化)에 맞춰 나온 개구리 한 마리가 연잎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커다란 연당(蓮塘)의 한쪽 풍경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공들여 가꾼 서재 창밖의 일품 연꽃이라야 가능한 짜임새다. 구성과 묘사에서 표암의 높은 안목과 필치를 볼 수 있다.

연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화제(畵題)다. 예부터 군자의 상징으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표암 역시 익히 알려진 글에서 시작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염계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연꽃은 멀리서 보는 것이 좋지 함부로 가지고 놀아서는 안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린 연꽃 또한 멀리서 보는 것이 좋다’고 하겠다.(濂溪先生謂, 蓮可遠觀, 不宜褻玩. 余則曰, 畵蓮亦宜遠觀焉. 豹菴)”라고 글을 붙였다.

이는 성리학의 비조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가 지은 애련설(愛蓮說)에서 따다 붙인 글귀이다. 주돈이는 ‘세상사람들이 모란을 다들 좋아하지만 자기 혼자만이 연꽃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연이 진흙 속에서 나오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기면서도 요사스럽지 않고, 가운데는 통하고 밖은 곧으며, 덩굴이나 가지가 벋어나가지도 않고, 향기는 멀수록 맑고 꼿꼿한 자태로 깨끗하게 서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어서, 멀리서 보는 것은 좋지만 함부로 가지고 놀아서는 안된다’(世人甚愛牡丹, 予獨愛蓮之出於營泥而不染, 濯淸漣而不夭, 中通外直, 不蔓不枝, 香遠益淸, 亭亭淨植, 可遠觀而不可褻翫焉.)고 하였다.

그래서 국화가 은일이요 모란이 부귀라면 연꽃은 군자라고 하였다. 이 그림은 연꽃의 군사적 취향보다는 고고하지만 유연한 아취를 가진 정취 있는 꽃으로 묘사하여 일품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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