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비호접

훤원석죽(萱菀石竹: 원추리꽃과 패랭이꽃)
귀비호접(貴妃蝴蝶: 양귀비 꽃과 호랑나비)

신씨(申氏, 1504~1551)
자본채색
각 41.0×25.7cm
신사임당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여류 문인으로 시서화에 모두 뛰어났던 인물이다. 그중에서도 그림은 산수, 묵죽, 매화, 포도, 영모 등 다방면에 걸쳐 빼어난 솜씨를 갖추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특히 초충 그림은 현존하는 조선중기 초충도의 상당수가 그의 그림으로 전칭될 만큼 화명이 높다.

그의 화명이 이토록 널리 알려지고 상찬되는 것은 탁월한 예술적 재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의 어머니라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점 때문에 많은 모작과 위작이 만들어져, 그의 작품들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 <훤원석죽(萱菀石竹)>과 <귀비호접(貴妃蝴蝶)>은 신사임당의 8폭 초충도 중 두 폭이다. 원추리꽃, 패랭이꽃, 개미취꽃, 양귀비꽃과 같은 두세 가지의 식물을 화면 중앙에 배치하고, 그 주변에 나비, 도마뱀, 귀뚜라미 등을 첨가하여 내용과 구도에서 조화를 꾀하고 있다.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전하는 초충도들의 공통된 화면 구성법이자 조선중기의 전형적인 초충도 양식이다.

담박하고 안정된 구도와 섬세하고 온화한 표현, 소박하고 정갈한 설채(設彩)에서 조선 사대부가(士大夫家) 부녀(婦女)의 성정과 미감이 고스란히 배어난다. 이런 까닭에 조선 여인의 표상으로 회자되어 온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전해져 온 듯하다. 다만 나열적인 배치와 깊이감과 사생감의 결여로 인해 마치 자수(刺繡)나 판화와 같이 평면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시대 양식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재는 화첩형태로 되어 있지만 크기나 그림의 내용으로 보아 규방(閨房)의 머릿가리개 병풍의 용도로 그려진 그림이 아닌가 생각된다. (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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