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매

墨梅

어몽룡(魚夢龍, 1566~1617)
견본수묵
20.3×13.5cm
어몽룡(魚夢龍)은 매화 그림의 대가로 포도의 황집중, 대나무의 이정과 더불어 조선중기 문인화 삼절(三絶)로 꼽힙니다. 늙은 둥치에서 하늘을 찌를 듯 힘차게 벋어 올라간 가지와 둥근 달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월매도>는 어몽룡의 대표작으로 조선중기 묵매화에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월매도>의 직립식 구도와는 달리 화면 좌측하단에서 우측 상단에 걸쳐 주간(主幹)을 배치한 대각선 구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습윤한 필치의 담묵 위주로 묘사된 매화가지와 적극적으로 표현된 꽃의 양태도 강인하고 청신한 가지를 통해 매화의 절개와 지조를 표출하고자 했던 <월매도>의 표현 양식과는 다소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담묵으로 정갈하게 묘사한 가지, 윤곽선이 없는 몰골법으로 묘사한 꽃의 형태, 농묵으로 간결하게 처리한 꽃술과 꽃받침 표현 등은 어몽룡 묵매화의 전형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강직한 절조보다는 고아한 정취를 강조한 느낌입니다. 원대(元代) 매화니(梅花尼)의 시를 옮겨온 ‘종일 봄을 찾았으나 봄을 보지 못하고, 짚신 신고 고갯마루 구름만 밟고 다녔다. 돌아와 웃고 있자니 매화향기 풍겨오고, 봄은 가지 끝에 이미 가득 와 있네.(終日尋春不見春, 芒鞋踏破嶺頭雲. 歸來咲撚梅花嗅, 春在枝頭已十分.)’ 라는 제시(題詩)에는 이런 매화가 더 잘 어울릴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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