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전전계
瓜田田鷄: 외밭의 참개구리
정선(鄭敾, 1676~1759)견본채색
30.5×20.8cm
패랭이꽃(石竹花)이 섞여 피고 참개구리와 나비가 있는 한여름 외밭 풍경이다. 외덩굴이 지주대도 없이 위로 솟아오르면서 휘어져 오른 것은 외덩굴에 회화성을 부여하려는 겸재의 의도적 구도감각의 소산일 터인데, 덩굴손이 제 덩굴을 감아 오르거나 허공을 감고 있어 마치 외덩굴이 제 힘으로 솟아오른 듯한 느낌이다. 겸재가 보인 회화적 처리의 합리성이다.
우변 중심부에 넓은 외잎과 큰 외 및 참개구리를 집중 배치하여 화면의 중추를 이룬 다음, 외덩굴을 활처럼 휘어 올려 화면의 중심부를 꺾고 지나게 함으로써 외덩굴로 화면이 가득 차는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 그리고 외덩굴의 아래위로는 진홍색 패랭이꽃 한포기가 그려져서 초록일색의 외덩굴이 보인 색채의 단조로움을 깨뜨리는데, 이것이 샛노란 외꽃과 남빛 나비 그리고 밭두둑에 돋아난 차조기의 붉은 빛깔과 서로 어우러져 대칭 · 대조 · 대비 등 신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색감을 자아내게 한다.
몇 가지 안되는 요소들로 이렇게 다채롭게 화면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 곧 겸재의 탁월한 기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재적소에 안배된 구성요소의 빈틈없는 짜임새에서 겸재의 치밀한 구도감각을 실감할 수 있으며, 모든 소재들의 적확한 묘사에서 박진한 생동감을 공감하게 된다. 실로 겸재는 초충 영모 화조화에 있어서도 육법(六法)을 겸비한 최고봉의 대가(大家)라 할 수 있다. (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