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곽쟁웅

遊廓爭雄

신윤복(申潤福)
지본채색
28.2×35.6cm
사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흔히 시끄러운 시비가 자주 일어나게 마련이지만, 특히 청루주사(靑樓酒肆: 기생집과 술집)에서 벌어지는 주먹다짐은 다 알만한 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다 안다. 아마 여기서도 한 차례 주먹다짐이 오고간 모양이다. 대문 밖에까지 쫓아 나와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여인네의 몸차림으로 보아 그럴만한 동네인 듯하다. 싸움꾼의 동료인 듯 만만치 않게 도사리고 앉은 사람이 주어 들고 있는 갓이 모자와 양테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꽤 심한 격투였던 것 같다. 이미 갓이 망가져 버렸는데도 웃통을 벗어젖히며 으름장을 놓는 사람은 나잇살이나 들어 보이는데, 말리는 사람이 있으니 한 번 부려보는 호기인 듯해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구변(口辯) 좋게 생긴 선비와 무예청 별감이 젊은이를 떼어 말려 가지고 달래고 있지만, 젊은이는 분에 못 이기겠다는 표정이다.

필시 이런 동네에서 인기 있을 이 예쁘장한 젊은이가 나이 자세나 하려 드는 장년의 사내로부터 부당하게 시비를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억울하고 분하더라도 이런 판의 싸움에서는 말릴 때 못 이기는 체하고 참는 것이 슬기로운 일인 줄을 이 젊은이는 아는 듯 옷고름을 매만져 전의(戰意)를 이미 버렸음을 암시한다. 그러기에 공연한 객기로 젊은 사람과 시비를 터서 망신만 톡톡히 샀을 장년의 허세에 별감이 방망이 끝을 쳐들며 일갈(一喝)을 보내어 싸움을 아주 막아 버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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