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문행

燕飛聞杏: 제비가 날며 살구향기를 맡다

심사정(沈師正, 1707~1769)
견본채색
21.8×15.0cm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며 살구꽃이 봄 향기를 토해내고 강남 갔던 제비는 지지배배 울며 처마 밑으로 날아드는 것이 봄의 시작이다. 이와 같이 살구꽃과 제비는 봄소식을 알리는 꽃과 새였다. 두 봄손님이 심사정의 그림 위에서 어여삐 만났다.

화면 아래에는 대숲과 큰 살구나무 둥치 일부가 보이고 화면 상단에는 가느다란 두 가지가 벋어 나와 화면 위아래로 각각 벋어간다. 그림 가운데는 날아 내려오다 고개를 위로 쳐든 제비의 날쌘 모습을 잡았다. 과감한 구도로 극적인 장면을 만든 심사정의 구성 솜씨가 돋보인다.

살구꽃이 남빛인 것은 연분홍빛 연분(鉛粉)이 산화되어 변색했기 때문이다. 빨간 꽃술은 아주 작은 점으로 찍었다. 제비는 목덜미와 꼬리 부분이 붉고 배 부분은 살구꽃 빛깔이다. 제비의 시선을 따라 감상자의 눈도 살구꽃으로 향하게 되는 구성의 묘미가 있는 그림이다.

‘현(玄)’, ‘재(齋)’라는 타원형 인장을 찍었다. (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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