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묘도추

野猫盜雛: 들고양이 병아리를 훔치다

김득신(金得臣)
지본담채
22.4×27.0cm
보물 제1987호 (풍속도 화첩)
살구나무에 꽃망울이 움트는 화창한 봄날 도둑고양이가 병아리를 잽싸게 채어 달아나자 놀란 어미닭이 상대가 고양이라는 사실도 잊은 듯 새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무섭게 뒤를 쫓고, 마루와 방에 있던 주인 부부가 하던 일을 팽개치고 한꺼번에 내달으며 병아리를 구하려 한다.

마루 위에서 동동걸음을 치는 아내의 동작과 탕건이 굴러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마루 아래로 뛰어내리면서 장죽으로 고양이를 후려치는 남편의 동작이 그림에 생생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굴러 떨어진 자리틀과 남편은 자리를 매고 있었던 듯하고 아내는 맨발이니 길쌈 중이었던 모양이다.

두 날개와 꼬리깃을 있는 대로 활짝 펴고 온 몸의 깃털을 곤두세운 채 무서운 기세로 땅을 박차고 날아 오르며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어미닭의 생동감 넘치는 표현은 꼬꼬댁 소리가 들릴 만큼 박진감 넘친다. 그에 반해 장죽이 미치지 않을 만큼 잽싸게 달아나는 검은 고양이는 이미 병아리 한 마리를 입안 가득히 물고 여유로운 자세로 주인 부부의 눈치를 살피며 속도를 조절하는 듯 하다.

참으로 일순간에 벌어진 한 때의 소동을 표정까지 정확하게 포착하여 그려낸 생활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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