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정인

月下情人

신윤복(申潤福)
지본채색
28.2×35.6cm
눈썹달이 침침하게 내리 비치고 있는 야밤중에 등불을 비춰 든 선비 차림의 젊은이가 쓰개치마를 둘러 쓴 여인과 담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이들이 어떤 사이이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호젓한 곳에서 남의 눈을 피하여 은밀히 만나야 하는 사람들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예법을 생명으로 알던 왕조귀족들로서 비록 그 상대가 노는 여자라 할지라도 아직 새파란 나이의 젊은이가 내놓고 여자와 만나 노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층층시하에 있는 젊은 선비가 어른들의 눈을 피하여 집을 빠져 나오느라 이렇게 밤 깊어서야 만난 모양이다. 여인은 밤이 늦어서야 나타난 사나이가 야속하다는 듯 여간 새침을 떨지 않으니 답답한 남자는 무엇으로나 달래 보려는 듯 품속을 더듬어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서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야 두 사람이 어찌 각각 모를 리가 있겠는가. 만난 일이 반가워서 벌이는 실랑이일 뿐이다. 그래서 화제(畵題)에 “달빛이 침침한 한밤중에,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안다.(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라고 하였으니,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이런 애틋한 사랑은 있게 마련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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