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원도소회지도

塔園屠蘇會之圖

안중식(安中植)
지본담채
23.4×35.4cm
안중식은 조선의 마지막 화원이었습니다. 그가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에게 그려준 그림입니다. 1912년 정월 초하루 밤에 오세창(吳世昌, 1864~1953)의 탑원(塔園)에 모여 도소(屠蘇)라는 술을 마시며 삿된 기운을 물리치고 장수(長壽)를 기원하던 문인들의 모임 장면을 그렸습니다.

정월 초하루 밤에 산초(山椒), 방풍(防風), 백출(白朮) 등으로 빚어 만든 ‘도소주(屠蘇酒)’를 마시는 것은 한대(漢代)부터 있었던 중국의 오랜 세시풍속입니다. 그래서 두보(杜甫, 712~770)와 소식(蘇軾, 1036~1101) 같은 중국의 대시인들도 이를 행하며 시로 노래해 왔습니다.

탑원(塔園)은 종로3가역 부근의 돈의동(敦義洞)에 살았던 오세창이 자신의 집에서 보면 탑골공원에 높이 솟은 원각사탑(圓覺寺塔)이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인 듯합니다. 안중식은 누각과 울창한 숲, 멀리 솟은 원각사탑만 흐릿하게 묘사하고, 나머지는 모두 밤안개와 어둠 속에 뿌옇게 흐려놓아, 마치 마루 아래가 물안개에 젖은 거대한 호수처럼 보입니다. 이날 오세창의 사랑채에 모인 인물들은 한 해 전에 창립한 서화미술회(書畵美術會)의 7인의 교수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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