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검대무

雙劍對舞

신윤복(申潤福)
지본채색
28.2×35.6cm
세력 있는 귀족이 장악원(掌樂院)의 악공(樂工)들과 가무에 능한 기생을 불러다가 즐기는 장면이다. 악공과 기생의 수효로 보아 이 놀이가 보통 규모는 아닌데, 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오직 주인 대감과 그의 자제낭관(子弟郞官: 자제와 부하 관리)인 듯하니 일가의 세도가 어지간한 모양이다. 혹시 혜원을 키워 준 어느 풍류 재상집에서의 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화면 구성에 있어서 일체의 배경을 거부하고 검무하는 광경만 전면에 가득 채운 대담성을 보였으나, 주제 표현에 조금도 군색함이 드러나지 않으니 이는 인물의 포치(布置: 분포하여 배치함)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라 하겠다.

시각의 초점이 되는 검무기(劍舞妓: 칼춤 추는 기생)들은 의상에서 청홍(靑紅)의 강렬한 대조를 보이면서 화면을 압도하는데, 주인을 비롯한 악공들이 이를 중심으로 둘러앉음으로써 화면의 비중은 평형을 이룬다. 그런데 검무기의 날렵한 동작에서 오는 율동감은 관객들의 도취된 몸짓과 악공들의 신바람나는 연주에 혼연 일치를 보여 아연 활기를 띤다. 이렇게 놀이에 참석한 인물들의 심리를 꿰뚫어 순간의 동작을 화폭에 그대로 옮겨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화가의 예리한 안목이라 하더라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작자 혜원이 이런 세계에 얼마나 익숙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는데, 인물들이 하나같이 극도로 세련된 차림을 보이는 것도 혜원의 주변을 보는 듯하여 흥미롭다.

error: Alert: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