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직구

盛夏織屨: 한여름의 짚신삼기

김득신(金得臣)
지본담채
22.4×27.0 cm
한 여름 늦더위 속에 농가에서 조자손(祖子孫: 할아버지, 아들, 손자) 3대가 모여서 짚신을 삼고 있는 정경이다. 짚신 삼는 장년 남자나 이를 훈수 두며 바라보고 있는 노인이 모두 웃통을 벗고 홑잠뱅이만 걸친 채 정강이와 허벅지를 있는 대로 노출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지간히 더운 날씨인 듯하다. 곁에서 지켜보고 앉아있는 비쩍 마른 검정개도 혀를 빼어 물고 헉헉대고 있다. 이렇게 더운 날씨지만 일손을 놓을 수 없는게 농촌 살림이라 논일하기에는 너무 뜨거운 오후 시간에 틈을 내어 짚신삼기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양이다.

집 그늘 드리운 사립문 밖 바깥마당 울타리 밑에 삿자리를 깔아놓고 골격이 우람한 건장한 체구의 중년 사내가 새끼 허리띠를 양발에 걸고 두 손으로 짚신 바닥 짜기에 열중하고 있다. 오른쪽 곁에는 다듬어 놓은 짚 토매와 지푸라기를 다듬어 내는 창칼이 놓여있고 그 곁에는 수염이 하얀 노인이 앉아있다. 상투를 틀 수 없을 정도로 머리칼이 빠지고 살집 없는 몸통은 주름투성이지만 한 무릎 세우고 한 손은 바닥 짚고 앉아서 짧은 담뱃대를 빨아대며 아들의 짚신 삼는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그 뒤 어깨 너머에는 키가 겨우 할아버지 앉은 키 만큼도 못자란 어린 손자가 어깨에 손을 얹고 서서 역시 호기심 어린 눈매로 제아비 짚신 삼는 행동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조자손 삼대가 단란하게 모여앉아 짚신 삼는 한때를 화폭에 올린 그림이다.

사립문 오른쪽 바자울타리 위에 박넝쿨이 올라가 큰 잎새들 사이로 큼지막한 박 두통을 달고 있으니 선반이라도 매어 받쳐준 모양이다. 노인의 등 뒤로는 무논에서 한창 벼가 자라고 있으니 문전옥답(門前玉畓)이라 하겠다. 어른들의 잠뱅이 주름은 부드럽게 굴곡져서 풀기가 빠진 모습인데 어린아이 옷주름선은 아직 빳빳하여 풀기가 살아 있다. 짚신 삼는 남자 등 뒤 사립문 앞에는 물병과 사발이 놓여 있어 일하는 분위기를 살려 놓았고 사립문 안마당에는 물두멍 일부가 보여 단촐한 살림 규모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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