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죽

雪竹: 눈 맞은 대

유덕장(柳德章, 1675~1756)
지본채색
139.7×92.0cm
팔순을 일년 앞둔 묵죽 대가의 득의작입니다. 이 그림은 채색 설죽이라는 점에서 조선시대 대 그림에서 드문 경우입니다. 한겨울의 눈 쌓인 푸른 대나무는 추운 시기에도 그 푸르름을 잃지 않는 대나무의 생태를 잘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초록 염료를 사용하여 착색 설죽을 탁월하게 그려냈습니다.

독폭으로 그려진 작품으로 화폭이 가로로 넓어졌기 때문에 구성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8폭 중 하나로 제작되던 설죽과는 달리 왼쪽에 두 그루의 대를 더 배치하였습니다. 아울러 2개의 큼직한 바위로 두 무리의 대나무를 받치게 하였고 바위 아래의 눈 덮인 땅에는 풀 한포기를 더 그려 넣어서 여백을 채우는 동시에 오른쪽 풀과 어울리게 하였습니다. 초록의 대도 먹으로만 그릴 때처럼 농담을 달리하여 뒤의 대와 앞의 대를 구분하였고 눈 쌓인 댓잎의 표현도 이전의 어느 설죽보다도 더 자연스럽습니다. 댓잎들도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원숙한 솜씨로 쳐내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생기가 흘러 달관의 경지가 느껴집니다.

눈 쌓인 바위는 윤곽선만 엷은 먹선으로 긋고 바위 표면은 비워두어서 눈 덮인 바위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설죽이나 연죽과 함께 자주 그려지는 풀들의 잎도 부드럽게 휘면서 눈을 이고 있습니다. 눈 쌓인 대밭의 정경을 여유와 생기를 담아 그렸는데 평생을 대 그림에 바친 노대가가 모든 역량을 집약하여 조선 대 그림의 손꼽히는 절품(絶品)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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