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죽

石竹: 돌과 대

강세황(姜世晃, 1713~1791)
지본수묵
30.0×44.6cm
강세황이 묵죽에 쏟은 관심과 열정은 남달랐습니다. 강세황은 만년에 ‘노죽(露竹)’이라는 호를 즐겨 썼고, 현전하는 노년기 작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묵죽입니다. 그런 점에서 묵죽은 강세황의 만년기 회화 세계를 대표하는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석죽>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통활한 공간감을 중시하는 여유로운 화면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세황은 “매화와 대나무를 그리는 데는 비어있는 듯하고 시원한 느낌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할 만큼 여유롭고 상쾌한 구성을 중시했습니다. 담박하고 소략한 공간 구성은 이런 강세황의 지론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윗부분이 잘린 듯한 형태의 전면의 대나무도 다소 특이하게 보이지만, 보는 이의 시선을 화면 밖으로 유도하며 풍부한 공간감을 연출하는 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다소 엉성해 보일 정도로 여유로운 구성과는 달리, 대나무와 바위의 필치는 유려하면서도 엄정합니다. 우아한 정취를 중시하는 남종문인화풍의 토대 위에 조선 전통 화풍이 지니고 있는 굳센 미감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외적으로는 유연하지만 내적으로는 강경한 외유내강의 미감은 강세황 예술 세계의 핵심적 조형감각입니다. 이 <석죽>에서도 유감없이 잘 발휘되어 있습니다.

error: Alert: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