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야흥

賞春野興

신윤복(申潤福)
지본채색
28.2×35.6cm
진달래꽃이 화사하게 피어난 화창한 봄날에 당상(堂上)의 품계(品階)를 가진 귀인(貴人)들이 교외에서 상춘(賞春)하는 행차를 차린 정경이다. 그 중에 전면의 수염 좋은 귀인(貴人)이 고위(高位)인 듯 의관이 더욱 점잖고, 앉아 있는 모양새도 자유롭다. 그 우측의 귀인은 의관이 산뜻할 뿐 아니라 갓끈조차 단정하게 잡아매고 조심스런 자세를 하고 있어 후진(後進)임이 분명하다. 관계야 어떻든 더불어 상춘할 정도이니 의기(意氣)가 상합(相合)하는 사이인 듯, 기생 두 명이 불리어 왔고 악공(樂工) 또한 세 명이 배행(陪行)하였다.

앉지도 못하고 서성이는 두 사람은 이 귀인들의 낭관(郎官: 부하 관리, 각 관청 당하관의 총칭)인 듯, 띠 없는 중치막 차림에서 그 신분을 알 수 있다.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앉은 모양으로 반비(飯婢: 음식을 맡은 여종)가 지렛술상을 우선 보아 들여오고 악공들은 음률을 고르는 듯하니, 뭇 시선은 대금(大琴)과 해금(奚琴)과 거문고(玄琴)를 조율하는 세 악공들에게로 쏠려 있다.

이런 자리에선 항상 그렇듯이 기생들은 필요이상으로 천연스런 표정을 짓고 있어 제 본색을 드러내는데, 상객(上客)의 곁에 한 무릎을 모아 다소곳이 앉은 여인은 그 앉음새와는 달리 연초록 자주회장 저고리에 진홍색(眞紅色) 속고름을 저고리 기장 밖으로 드리워 내리어 자못 선정적인 멋을 흘리고 있다. 조금은 나이가 더 들어보이는 기생이 장죽을 꼬나들고 아니꼬운 듯 건너다보는 것도 알 만한 심사이다. 귀인들에게 장침(長枕: 모로 앉아서 팔꿈치를 기대기 위해 만든 긴 베개)이 준비되고 연죽(煙竹: 담뱃대)과 담배합, 그리고 화로까지 갖추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야흥(野興: 들놀이의 흥겨움)은 길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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