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월도

問月: 달에게 묻는다

이정(李霆)
지본담채
24.0×16.0cm
그믐달이 으스름하게 빛나는 산허리 바위에 걸터앉은 고사가 손을 들어 달을 가리킨다. 도포 한 자락만 걸친 듯 입고 있을 뿐 더벅머리와 맨발의 격식 없는 모양새는 세속에서 벗어난 경지를 말해준다. 달을 바라보며 얼굴에 가득 담은 천진한 웃음은 세상바깥의 이치를 깨달은 희열일 것이다. 충남 공주(公州)의 탄천(灘川)에 ‘달이 먼저 오는 정자(月先亭)’라 이름 지은 별서(別墅)에서 은거했던 탄은 이정의 꿈이 이런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묵죽화의 댓잎을 닮은 굳센 옷자락 표현은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화면에 탄력과 긴장감을 주었다. 바위는 약하게 묘사하여 고사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탄탄한 구성과 세련된 필묵법에 담백한 운치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이 그림을 소장했던 김광국(金光國, 1727~1797)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 놓았다.

“탄은의 매화와 대나무, 난 그림은 있는 곳마다 있으나 산수 인물에 이르러서는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이제 그 망월도(望月圖) 작품을 얻었는데 대개 대를 치는 필법으로 간략하게 해내서 지극히 거칠고 성긴 운치가 있다. 예전에 예형민(倪瓚, 1301~1374)은 대나무 그림에 스스로 글을 지어 말하기를 ‘내 가슴 속 일기(逸氣)를 그렸을 뿐이다’고 했다. 탄은의 뜻도 그 또한 이와 비슷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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