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매

墨梅

오달진(吳達晋, 1597~1629)
지본수묵
38.5×56.4cm
오달진(吳達晋)은 병자호란시 죽음으로써 절개를 지켰던 삼학사(三學士) 중의 한명인 추담(秋潭) 오달제(吳達濟, 1609~1637)의 형입니다. 오달진의 생애나 예술적 재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지만, 묵매화의 명가로 이름이 높았던 오달제의 형답게 역시 묵매화에 능했던 모양입니다.

이 <묵매>는 오달진도 오달제 못지않은 그림 솜씨를 갖추고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묵매양식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오달제의 묵매가 대체로 기이하고 창대한 느낌을 준다면, 오달진의 매화는 우직하리만큼 강인합니다. 거칠고 호방한 필치로 거침없이 쳐나간 매화의 줄기와 가지는 오랫동안 삭혀왔던 울분이 일시에 터져나오는 듯 격정적입니다. 또한 화면 중앙에 부러진 매화 줄기는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충신열사의 절개와 지조를 담고 있는 듯하여 비장감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러진 줄기에서는 다시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 청신한 꽃을 피워내니, 역경을 딛고 일어난 강직한 선비의 기개와 맑고 곧은 정신이 절로 느껴집니다. 아마도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오달진의 성정도 이러했을 것입니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대의(大義)를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졌던 오달제의 충절은 이런 가풍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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