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매

墨梅

조속(趙涑, 1595~1668)
지본수묵
25.4×20.2cm
창강(滄江) 조속(趙涑)은 인조반정에 29세의 약관의 나이에 참여했던 율곡학파의 사대부였습니다. 그러나 반정이 성공했지만 공신의 대우를 모두 사양하고, 전국의 명승지를 유람하며 시와 그림으로 우리 국토를 사생하며 평생을 보냈습니다. 이런 조속의 선구적인 시도는 후일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출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속은 진경산수화풍을 선도했던 인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속이 당대 최고의 문인화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산수화보다는 묵매화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묵매>는 전체적인 구도와 세부 묘사에서 일견 어몽룡의 영향이 엿보입니다. 그러나 화면 구성과 기법이 다소 단조로워 옛스러운 느낌을 주는 어몽룡의 묵매에 비하여 조속의 묵매는 원숙한 세련미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능숙한 먹의 운용으로 묘사한 매화 둥치와 크기와 형상을 달리하는 다양한 꽃의 묘사, 적재적소에 찍힌 태점(苔點)의 운율감, 안정된 균형감각과 적절한 공간의 배분 등에서 조속의 탁월한 감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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