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구양자

母狗養子: 어미개가 새끼를 기르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
견본담채
90.7×39.6cm
품위 있는 어미개 한 마리가 느긋하게 풀 밭에 배 깔고 앉아서 재롱떠는 강아지 두 마리를 자애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흐뭇한 표정이 얼굴 뿐 아니라 전신에 넘쳐 나는데 철 없는 강아지들은 장난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듯 하다.

무슨 종류의 개인지 두 귀를 덮은 머리칼이 숫사자의 갈기털을 연상시킬 만큼 풍성하고 꼬리털은 마치 말꼬리처럼 길고 풍부하여 귀티가 철철 넘쳐난다. 전신이 담갈색인데 이마와 앞가슴 그리고 다리만 흰빛이라 더욱 고귀하게 느껴진다. 아마 궁중이나 풍류를 아는 상류 가문에서 길러지던 상품의 개였던 모양이다. 어미와 마찬가지로 새끼 강아지들도 품위가 넘쳐나는데 토실토실 살이 올라 건강해 보인다.

그러나 털빛은 어미와 딴판으로 하나는 흰색이고 하나는 바둑무늬다. 실제 이런 빛이었는지 단원이 화면 구성의 필요에 따라 이런 변화를 주었는지 알 수 없으나 어미의 존재를 부각시키기에는 더없이 좋은 색조의 대비이다. 이들이 자리 잡은 곳이 비탈진 언덕 아래 흙마당인 듯 어미개 등 뒤로는 흙비탈 위로 잡초가 무성하고 어미가 앉은 자리도 풀밭이다. 강아지들이 노는 마당가에도 잡초가 어지럽다. 사생적인 필치가 마치 풍속화를 보는 듯 하다. 그림 오른편 상단에 예서(隷書)로 다음과 같은 제사를 써 놓았다.

각자의 의중을 알아보니
도리어 사자의 외침을 이루겠구나.
會得箇中意, 翻成獅子吼.

필체로 보아 단원과 친분이 깊어 종종 단원 그림에 제사를 남기던 기원(杞園) 유한지(兪漢芝, 1760~1834)의 글씨일 듯 하다. (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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