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美人圖

신윤복(申潤福)
견본채색
114.0×45.5cm
보물 제1973호
〈미인도〉는 서울의 풍류생활을 주도하던 어떤 아리따운 여인의 초상화이다. 당시 사회제도상 여염집 규수는 외간 남자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으니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필시 풍류세계에 몸담고 있었던 기생이었을 것이다. 가체(加髢)를 사용한 듯 탐스런 얹은머리에 젖가슴이 드러날 만큼 기장이 극도로 짧아지고 소매통이 팔뚝에 붙을 만큼 좁아진 저고리를 입고 속에 무지개 치마를 받쳐 입어 열두 폭 큰 치마가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차림새는 여체의 관능미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자태인데, 쪽빛 큰 치마 밑으로 살짝 드러낸 하얀 버선발과 왼쪽 겨드랑이 근처에서 흘러내린 두 가닥 주홍색 허리끈은 일부러 고를 매지 않고 풀어헤친 진자주 옷고름과 함께 대장부를 뇌쇄시키기에 충분한 표현이다.

저고리 깃과 겨드랑이는 옷고름과 같은 진자주 빛으로 회장(回裝)을 대고 끝동은 치마와 같은 쪽빛으로 회장을 대어 삼회장(三回裝)으로 멋을 부린 것도 도회의 세련된 옷차림이라 하겠다. 두 손으로 묵직한 마노 노리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분명 고혹적인 자태이다. 여린 듯 앳된 둥근 얼굴에 열망을 가득 담은 채 물오른 앵두처럼 터질 듯 붉게 부푼 입술이 말할 듯 아니하며 맑고 그윽한 눈빛은 그리움으로 가득차 있다.

혜원은 이런 제화시(題畵詩)를 곁들이고 있다. “화가의 가슴 속에 만 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붓끝은 능히 만물의 초상화를 그려내준다.(盤?胸中萬化春, 筆端能與物傳神.)” ‘신가권인(申可權印)’(方形白文), ‘시중(時中)’(方形朱文)의 인문(印文)이 새겨진 인장들이 혜원(蕙園)이라는 관서(款書) 밑에 찍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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