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상청앵

馬上聽鶯: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 듣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지본담채
117.2×52.0cm
보물 제1970호
단원 김홍도는 진경풍속화풍의 대미를 난만하게 장식한 화가로 이 〈마상청앵〉이 그런 그림 중의 대표작이다.

신록이 짙어가고 뭇꽃들이 피어나는 늦봄, 어느 화창한 날에 젊은 선비가 봄기운을 이기지 못해 문득 말에 올라 봄을 찾아 나섰다가 길가 버드나무 위에서 꾀꼬리 한 쌍이 화답(和答)하며 노니는 것에 넋을 빼앗긴 채 서서 바라보는 장면을 사생해 낸 그림이다.

꾀꼬리의 화답 장면과 넋 나간 선비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려는 듯 버드나무는 간결하게 처리하여 길섶 한곁으로 몰아 놓고 선비 일행을 큰길 가운데로 내세운 채 나머지는 모두 하늘로 비워 둔 대담한 구도를 보였다. 선비와 말을 모는 떠꺼머리 총각의 옷주름은 단원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철선묘(鐵線描)로 처리하여 조선옷이 가지는 넉넉하면서도 빳빳한 옷맵시를 유감없이 표현해 내었다. 반면 갓과 말 그리고 길섶 풀들은 먹의 번짐만을 이용하였으니 철선묘와 대조를 이루어 조화를 얻게 하려는 의도일 듯하다.

이런 봄 냄새 물씬 풍기는 그림에 단원과 동갑 그림 친구인 고송유수관 이인문은 이런 제화시로 춘정에 공감한다.

“아리따운 사람이 꽃 밑에서 천가지 소리로 생황을 부는 듯하고
시인의 술동이 앞에 황금귤 한 쌍이 놓인 듯하다.
어지러운 금북(북은 베짜는 도구)이 버드나무 언덕 누비니
아지랑이 비섞어 봄강을 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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