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폭동

萬瀑洞

심사정(沈師正)
견본담채
32.0×22.0cm
현재 심사정은 어릴 적 겸재 정선에게 그림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조부의 역모로 인해 더 이상 겸재의 문하에 드나들기가 어렵게 되자 중국의 문인화풍을 추종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합니다. 그러나 만년에 이르러 화풍이 크게 변하는데, 40대 후반에 금강산을 탐방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금강산을 직접 대면한 심사정은 큰 감동과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그 순간 떠오른 것이 겸재 정선이었습니다. 어릴 적 배웠지만 오래 동안 의식적으로 거부했던 스승 겸재의 진경산수화풍이 우리 산천을 사생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겸재의 신속하고 장쾌한 필묵법을 부분적으로 끌어들여 금강산의 명소들을 사생해냅니다. 이렇게 그려진 작품들이 바로 현재 간송미술관에 수장된 이 <만폭동>입니다.

심사정은 굵고 진한 윤곽선으로 바위 형태를 잡고 강한 선염(渲染)으로 질량감을 부여했습니다. 또한, 백색 암봉이 가지는 굳센 골기(骨氣)는 짙은 먹으로 쓸어내려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겸재 진경산수화풍에 익숙지 않은 듯, 지나치게 무겁고 침울해 보입니다.

심사정 화풍의 근간이었던 남종문인화풍에 겸재의 동국진경화풍이 더해지며 중국의 남종화풍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취상과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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