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거배

酒肆擧盃

신윤복(申潤福)
지본채색
28.2×35.6cm
가마솥 두 개를 걸어 놓은 부뚜막 앞에 주모가 술구기를 들고서 솥 속에서 중탕해 낸 술을 손님의 청대로 따라주는 모양인데, 부뚜막 위에는 안주를 담은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릇들이 대여섯 벌려 있어서 안주는 거저인 듯한 인상이다. 이 집의 손님은 그 계층이 매우 다양한 듯 도포(道袍)나 중치막(中赤莫) 차림의 선비도 보이지만 붉은색 덜렁과 노란 초립을 쓴 무예청(武藝廳) 별감(別監)하며, 까치등거리에 깔때기를 쓴 나장(羅將)의 기세 좋은 모습이 보여서 대체로 이 시대에 주사(酒肆)를 주름잡던 패들이 어떤 계층인지 알아볼 만하다.

그리고 이들이 앉을 만한 대청을 놓아두고 모두 서 있는 것은 아마 선술집의 경계가 그런 탓이었기 때문일 터인데, 상노인지 주모의 기둥서방인지 모를 심부름꾼조차도 부뚜막 곁에 소매를 걷어붙인 채 맨상투 바람으로 서 있어서 잠깐 마시고 나가는 술청의 바쁜 모습을 전한다. 주모의 규모 있는 살림 솜씨는 대청 위에 벌여 놓은 세간살이로 어림 할 수 있으니, 이러고서야 맵싸한 손끝에 빚어지는 그 술맛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울안에는 두어 무더기로 진달래인 듯한 꽃나무가 분홍꽃을 가득 달고 피어 있어서 선비들의 은은한 청포색(靑袍色)과 조화를 이루는데, 주모의 남색 치마와 별감(別監)의 진홍색 덜렁의 강렬한 색조가 대조되어 목제가구의 은은한 연보라빛과 심부름꾼의 연보라빛 저고리색의 연결을 압도함으로써 설채(設彩)의 묘용(妙用)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술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술항아리 끌어안고 맑은 바람 대한다(擧盃邀晧月, 抱甕對淸風.)”라는 풍류기 넘치는 제화시를 덧붙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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