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성루망만이천봉

歇惺樓望萬二千峰

정충엽(鄭忠燁)
견본담채
23.5×30.3cm
이곡 정충엽은 영조대 내의원침의를 지낸 중인화가입니다. 강세황과 친했으며 남종화와 진경산수를 모두 그렸는데 진경산수는 겸재법을 따랐습니다. 화가는 금강산 정양사(正陽寺) 헐성루에서 바라보는 만이천봉을 굽어보는 시점으로 구도를 잡고 겸재의 화법을 따라 수직준(垂直皴)과 미점(米點)을 사용하여 내금강 전체를 그렸습니다. 겸재의 정양사 그림이 빼곡한 선들과 점들로 회화미(繪畵美)가 극대화된 것이라면 정충엽의 그림은 실경에 한층 충실합니다. 바위봉우리들은 좌우로 멀리 흩어져 있고 토산은 좀 더 소략하고 바위봉우리들과 토산들 능선 사이는 여백으로 비워 놓아 실제 산 모습과 비슷합니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붉은 단풍이 들어 가을임을 알 수 있으며 저 멀리 주봉 비로봉과 그 아래 중향성 바위봉우리들은 화강암 흰빛을 내고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바위봉우리들이 서서히 높아지다 혈망봉에서 정점에 이르렀고 하단은 여백으로 비워두어 바위봉우리들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합니다. 겸재가 창안하여 대성시킨 진경산수화풍이 다음 세대들, 특히 중인화가들에게 이어진 사실을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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