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화청정

荷畵蜻䗴: 연꽃과 고추잠자리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지본채색
32.4×47.0cm
홍련(紅蓮) 한 송이가 활짝 피어났는데 그 위에서 붉고 푸른 한 쌍의 고추잠자리가 짝짓기를 시도하며 공중잽이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연밥 한 대, 연꽃봉오리가 하나, 연잎 네 대 그리고 수초가 이루어 놓은 연못 풍경에서 교미하는 잠자리 한 쌍이 빠졌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겠는가.

용그림에 눈알을 그리지 않은 것과 같았을 것이다. 단원도 마치 초상화나 풍속화를 그리듯 섬세한 필치로 사생하였으니 과연 한여름 찌는듯한 더위 속에서 물바람이 잠시 시원하게 지나가는 연못의 한순간 풍정(風情)을 포착한 사진(寫眞, 초상화)이라 할만한 그림이다.

연꽃잎에서는 붉은 세선으로 직선과 물결선을 교대로 반복 시문(施文, 무늬를 넣음)함으로써 사실성과 입체성을 강조하였고, 연잎에서는 시들어 말라가는 패하(敗荷)의 모습을 갈색으로 몰골(沒骨) 처리하였다. 이는 서양화의 음영(陰影) 기법을 도입해 들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단원이 이런 서양화 기법을 용주사 후불탱화와 같은 불화 이외에 적용한 예는 극히 드문데 이 그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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