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초문답

漁樵問答: 낚시꾼과 나무꾼이 묻고 대답하다

이명욱(李明郁)
지본담채
173.0×94.0cm
어초문답은 어부와 나무꾼을 그린 그림이다. 북송의 유학자 소옹은 <어초문대(漁樵問對)>를 지어 어부와 나뭇꾼이 서로 문답하는 체재로 천지 사물의 의리(義理)를 천명하였다. 이후로 세속에 골몰하지 않고 천리에 따라 삶을 사는 어부와 나뭇꾼의 문답에 꾸밈없는 세상의 이치를 담아낸 그림이 한 정형을 이루었다.

이명욱의 〈어초문답〉은 어부와 초부 두 인물을 크게 배치하고 어부가 든 긴 낚싯대를 통해 화면을 구분하고 총총하게 갈대숲을 그려 넣어서 좋은 구도를 이루었다. 어부는 테만 있는 갓을 이마가 나오도록 눌러 쓰고 왼손에는 두 마리 고기를 엮어 들었는데 반팔에 무릎을 드러낸 맨발 차림이다. 초부는 머리를 뒤로 묶고 막대를 오른쪽 어깨에 걸친 채 허리춤에 도끼를 꿰찼고 왼손으로 저쪽을 가리키며 이야기에 열심이다.

굵고 가는 필선을 겹쳐 사용하여 옷자락에 풍부한 양감을 주었다. 나무꾼이라기보다 선비의 풍모를 연상하게 하는 초부의 옷자락은 걸음 방향과는 반대로 앞으로 휘날려 자세의 균형을 이룬다. 옷자락까지 화면의 균형을 고려한 치밀한 구성이다.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범상함을 넘어선 경지가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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