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靑瓷象嵌蓮池鴛鴦文淨甁

12세기 후반
높이 37.2cm
국보 제66호
‘정병(淨甁)’은 ‘맑은 물을 담는 병’이라는 의미이다. 승려가 두타행(頭陀行; 심신을 맑게 하기 위한 승려들의 고행)을 떠날 때 반드시 지녀야 하는 열여덟 가지의 지물 중 하나이며 불전에 정수를 공양하는 공양구이다. 또 자비를 상징하는 관음보살의 지물이기도 한다. 고려시대 정병은 금속기와 도자기로 모두 만들어졌는데 그 조형이나 장식소재가 거의 유사하다.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은 반듯한 조형과 비색의 유색이 그대로 느껴지는 수작이다. 병은 환대(環帶)가 부착된 기다란 목과 옆구리에 별도의 주입구가 달린 몸체로 이루어졌다. 병의 어깨는 풍만하게 벌어졌다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다 외반하는 형태다. 몸체 어깨 한쪽에 작은 주입구를 부착하였는데 주입구의 구연부 형태와 고리 모양의 귀가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 뚜껑이 있었을 것이나 남아있지는 않다. 긴 목 중간에는 환대를 두고 환대 윗목은 팔면으로 되어 있다. 물은 어깨의 주입구를 통해 담고 첨대를 통해 따라냈던 것으로 보인다. 기형이나 세부표현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국보 제92호 청동은입사포유수금문정병(靑銅銀入絲蒲柳水禽文淨甁)과 같은 금속기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문양은 첨대에는 위에서부터 운문, 선문, 당초문을 시문하고 환대의 윗부분에는 운문을, 목 부분에는 간략하게 표현된 모란을 앞뒤로 한 송이씩 시문하였다. 몸체에는 버드나무와 갈대가 서 있고 원앙이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는 연못이 있다. 연꽃은 꽃잎이 작고 가늘어 소박한 느낌을 주며, 몸체에 비해 머리가 큰 원앙의 눈은 유일하게 흑상감으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물가 풍경은 고려시대 금속기나 청자에 자주 나타나는 문양 소재로 회화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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