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기린유개향로

靑磁麒麟鈕蓋香爐

12세기 전반
높이 19.7cm
국보 제65호
짐승 얼굴 형상의 3개의 다리로 받쳐진 낮은 원통형의 몸체 위에 고개를 돌려 앉은 기린이 조각된 뚜껑이 덮여 있는 향로이다. 몸체 측면에는 음각으로 구름 문양을 시문하였는데 여러 개의 짧은 곡선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구름의 중심에서 아래쪽으로 몇 개의 선을 그어 마치 여러 개의 구름이 위로 피어나는 듯하다. 몸체의 날개에도 세 송이의 구름이 시문되었다. 기린이 앉아 있는 대좌의 옆면에는 뇌문(雷文; 네모진 소용돌이 형태의 문양)을, 대좌 윗면에는 복판에는 여의두문(如意頭文)을 둘렀다.

기린은 머리를 쳐들고 있는데 네 개의 발톱과 등 뒤에 붙인 소꼬리, 곱슬한 갈기와 수염, 부러져서 전체 형태를 알 수는 없으나 사슴뿔처럼 생긴 한 개의 뿔, 벌린 입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혀 등 세부까지 매우 정교하다. 기린의 눈은 음각으로 조각한 뒤 눈동자를 철화로 마무리하였다. 구름으로 장식된 몸체 위에 올라앉은 기린의 입으로 향의 연기가 나오게 하여 마치 서기(瑞氣)를 토해내는 듯한 효과를 노렸다. 몸체의 바닥에는 4개의 규석받침 자국이 남아있고 뚜껑 역시 내부에 4개의 규석받침 자국이 남아있어 번조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유약에는 약간의 유빙렬(釉氷裂)이 나타나있지만 유색은 전형적인 비색이다. 일찍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서 서긍(徐兢)과 태평노인(太平老人) 등의 중국 문인들이 극찬한 아름다운 비색이 이 향로의 유색이 아닐까 여겨진다.

고려시대 향로는 뚜껑에 사자(獅子), 용, 기린, 오리, 원앙 등의 다양한 동물을 상형으로 조각하여 부착하고 그 입에서 연기가 나오도록 하였다. 이 향로의 모델인 기린(麒麟)은 수컷을 기麒, 암컷을 린麟이라 하며 예로부터 왕도(王道)가 행해지면 나타나는 신성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 모습은 몸통은 사슴 같고 이마는 이리와 같으며 꼬리는 소와 같고 발굽은 말과 같다고 하였다. 또, 이마에 뿔이 하나 돋아있는데, 그 끝에 살이 붙어 있어 다른 짐승을 해치지 않으며 초목을 밟지 않는다 하여 인수(仁獸)라고 하였다. 삼국시대에는 기와에 조각되었으며 고려시대 동경의 뒷면에도 새겨져 있다. 고려청자에서는 오로지 향로로만 제작되었다.

이 향로의 몸체와 유사한 청자삼족형향로는 강진 삼흥리, 용운리 10호 Ⅱ층, 사당리 및 부안 유천리 등에서만 발견되었다. 이 밖에 중국 절강성(浙江省) 사룡구(寺龍口) 월요지(越窯址)에서도 삼족 향로가 발견되어 고려청자 삼족향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사룡구요 출토의 삼족향로 중 기린유개향로와 같이 짐승발 형태의 다리가 달리고 몸체가 원통형이며 전이 넓게 벌어지는 형태는 북송초기부터 남송시기까지 지속적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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