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잔도권

蜀棧圖卷

심사정(沈師正)
지본담채
58.0×818.0cm
보물 제1986호
‘촉’은 지금의 사천성(四川省)에 해당되는 지역인데, 사방이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어 예로부터 길이 험하고 풍광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당대 시인 이백(李白)은 ‘촉으로 향하는 길은 하늘을 오르기보다 힘들다’고 말했으며, 당 현종(玄宗, 재위 712~755)은 피란길에 보았던 그 아름다움을 못 잊어 당대 제일 명화가인 이사훈(李思訓, 651~716)과 오도현(吳道玄, ?~792)에게 그려 오게 했다.

조선남종화의 대가인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이 촉도를 그렸다. 처음부터 등장하는 험준한 산들은 촉도의 관문을 의미하는데 앞으로 전개될 수많은 기암고봉(奇巖高峰)들의 시작에 불과하다. 워낙 길게 이어지는 그림이라 중간 중간에 각각의 요소로 풍경을 마무리 지으며 다음의 풍경과 구별하여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화면 구성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있다. 숨 막힐 듯 이어지던 험준한 산과 깊은 계곡물의 신비로운 조화는 드넓은 강물이 나타나 숨을 고르며 끝을 맺는다.

8미터가 넘는 장대한 화면의 끝에는 권말 상단에 「무자년 중추 이당(李唐)의 촉잔(蜀棧)을 방한다. 현재.(戊子仲秋 倣寫 李唐 蜀棧. 玄齋)」라는 관서를 남겼다. 심사정이 62세 때인 1768년(영조 44) 8월에 송대의 대화가인 이당(李唐)의 필법에 따라 그렸음을 말하는 내용이다. 심사정은 이 그림을 그린 다음 해인 영조 45년(1769) 5월 15일에 63세로 돌아간다. 화가로서 쌓아왔던 일생의 모든 역량을 남김없이 쏟아 부은 절필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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