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매

白梅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지본담채
80.2×51.3cm
<백매>는 김홍도 사군자 그림의 특징과 지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특유의 주춤거리는 듯 출렁이는 필선과 부드러운 선염으로 줄기와 가지를 그리고, 그 위에 수줍게 맺혀 있는 꽃봉오리를 소담하게 베풀어 놓았습니다. 통렬하고 강경한 기세를 담아냈던 조선 중기 묵매화풍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심사정이나 강세황으로 대별되는 조선후기 남종문인화풍의 고아하고 유연한 문기(文氣)와도 분명한 간극이 있습니다.

김홍도는 매화를 통해 강인한 기세를 보여주고자 한 것도 아니었으며, 고아한 품격을 보여주고자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김홍도는 매화에서 올곧은 선비의 절조보다는 시인의 풍류를 찾고 싶었던 듯합니다. 그러니 가슴속의 시정과 흥취를 감각의 흐름에 따라 붓 끝에 실어 담아내면 그뿐이었습니다. 끼니를 걱정하던 시절, 어렵게 받은 그림 값을 다 들여 매화음(梅花飮; 매화를 즐기며 마시는 술)을 즐겼다던 김홍도에게는 굳세고 기세등등한 매화보다는 이처럼 소탈하고 정감 있는 매화가 훨씬 마음에 끌렸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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