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마상청앵'(馬上聽鶯)은 화창한 봄날에 길을 나선 선비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말에 오른 선비는 버드나무 위에서 꾀꼬리 한 쌍이 노니는 모습이 눈에 띄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본다. 선비와 동행한 하인도 고개를 돌려 꾀꼬리의 노랫소리를 감상한다.
진경풍속화 화풍의 대미를 장식한 화가로 평가받는 김홍도는 이 그림에 조선시대 사람들의 복식과 미적 취향은 물론 생활상까지 담아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조선시대 풍속인물화를 엄선해 선보이는 ‘풍속인물화-일상, 꿈 그리고 풍류’ 전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일부터 8월 28일까지 진행한다.
지난 2014년 개관한 DDP에서 간송 전형필, 보화각, 진경산수화, 매난국죽, 화훼영모 등을 주제로 열렸던 간송문화전의 6부로, 이번 전시를 끝으로 DDP에서의 간송문화전은 막을 내린다.
전시에는 조선 전기 화가로 안견의 제자인 석경부터 전형필의 스승이었던 춘곡 고희동까지 조선왕조가 배출한 화가 33명의 작품 80여점이 나온다.
19일 DDP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백인산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간송이 심혈을 기울여 수집한 문화재가 조선시대 회화”라면서 “이번 전시에는 풍속화를 비롯해 불교와 도교에 관계된 초자연적인 인물상을 그린 도석화(道釋畵)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에 대해 “인물풍속화는 특히나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지표”라면서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오늘날과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풍속화는 조선시대 초기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16세기부터 고유 화풍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겸재 정선은 성리학 이념을 바탕으로 진경풍속화를 창안했다.
18세기에는 심사정, 강세황이 중국 남종화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김홍도와 김득신, 신윤복 등 화원화가들이 등장하면서 절정을 맞았다.
전시는 문인과 백성의 ‘일상’, 현세의 행복과 내세의 구원을 바라는 ‘꿈’, 흥취를 풀어내는 문화인 ‘풍류’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일상 부문에선 들고양이가 병아리를 훔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김득신의 ‘야묘도추'(野猫盜雛), 정선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독서여가'(讀書餘暇) 등이 공개됐다.
달마도로 이름난 김명국이 신선을 소재로 그린 작품들과 노승이 흰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묘사한 김홍도의 ‘염불서승'(念佛西昇)은 꿈 부문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 풍류 부문에는 ‘쌍검대무'(雙劍對舞)와 ‘미인도’ 등 신윤복의 작품이 다수 전시됐다.
아울러 전시장 한편에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이남과 구범석이 고미술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들이 배치됐다.
[연합뉴스]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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